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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야기/방송

디스커버리 채널, 서바이블? 디스커버리 코리아 예능 채널?? 이근 대위???

by 또로로록 2020. 9. 5.

나의 최애 채널(이었던) 디스커버리.

아는사람은 다 아는 싸고저렴한 가성비 국내최강 '아름방송(성남지역 케이블 회사, 일명 SO라고 불림)'을 늘 이용했다. 하지만 어느순간 디스커버리 채널이 편성채널에서 사라져버림. 그래서 아름방송이랑 개 싸우고 고민 1도 안하고 평생 애용했던 아름방송 해지해버림. 그리고 비싼 LG유쁠 프리미엄 요금제로 바꿔버린 나란남자.. 그 이유는 단 하나,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기 위해서였다.

결혼 하고도 애들 잠든 후 늘 194번을 버릇처럼 튼다. 국내에서 절대 만들수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컨텐츠 (차고에서 차 고치고, 금 캐고, 킹크랩 잡고, 나무위에 집 짓고..등등) 가 넘쳐나는 나의 최애채널 디스커버리.

비단 다수의 대중이 즐기고 시청률이 높은 채널은 아니지만 나처럼 몇 안되도 충성도 높은 매니아들에게 강력하게 사랑받아온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심지어 내가 일했던 채널을 뒤로하고 내 마음속 1위 채널은 늘 디스커버리채널 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해왔던 사람이다.

작년에 한번 디스커버리 코리아가 PP(프로그램.프로바이더)로서 재도약을 하기위해 대거 사람들을 영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디스커버리 코리아에서 만드는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이라니! 그 기대감은 내 세포를 자극했고, 10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일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상상까지 해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디스커버리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장르와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과 포지셔닝으로 중무장한 채널이라는 점이다. 그 DNA를 품고 국내에서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상상은 현업관계자로서가 아니라 시청자로서 꽤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게 사실이다. 한국의 베어그릴스가 나오고, 나만의 클래식카를 뚝딱거리는 사람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또 한국의 숨겨져있었던 다양한 아름다움과 독특함를 표현한 컨텐츠가 전세계 디스커버리 채널에 역 수출되고 소개되는 기가막힌 상상들이 내 머리속을 마구 간지럽혔다.




얼마전, 밀덕속에 감춰져있던 이근 대위를 디스커버리코리아에서 출연자로서 소개할 거라는 기사를 보고 온몸에 전율이 왔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시기와 때를 정말 기가막히게 파고들어서 확실하게 임팩트를 주며 채널이 재탄생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내가아는 디스커버리는 이근 대위를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진짜지.

하지만 얼마 전 부터인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난데없이 한국 예능 재방송들이 줄을 잇고있다. 심지어 즐겨봤던 다양한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그 수위가 심각하다. 도대체 내가 튼 194번 채널이 코미디채널4인지, JTBC5채널인지, XXTVN인지, KBSjjoy인지,채널B인지 도저히 분간이 안되는 수준이고 편성 프로그램들(재방송류)이 아주 중구난방 개판 5분 전이다. 수백개의 채널에서 발에 치이고 또 치여서 이골이 난 프로그램들이 내 최애 채널에서 까지 재탕이 되고있다니!

가만보니 9월1일 개편을 한 모양인데 아주 제데로 옷을 바꿔입으려는 모양새다. 프로모를 보니 자체 OAP조직까지 꾸려서 꽤 성의있게 준비가 된 모양이다. 그중 가장 대표로 미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근 대위가 나오는 '서바이블'이다. 아니, 근데 출연자가 황재성, 성승헌... 이게 도대체 뭐지? 가장 디스커버리 스러웠던 이근 대위의 출연소식이 무색해질만큼 어이없고 형편없는 출연진 조합. 그냥 이근 대위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로 보였다.

디스커버리가 국내 타 채널 예능을 구매해 가면서까지 재방송으로 도배를?? 심지어 첫번째 대표 오리지널 프로그램 마저도 예능???

오늘 첫 방송을 하는 모양인데, 보지도않고 이렇게 악담을 하는건 그 프로그램을 잘만들었니 못만들었니가 아닌, 그 정체성을 도대체 어디다가 팔아먹고 예능판으로 뛰어든다는건지이다. 그것도 디스커버리 채널이..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악담을 하는 것이다. 가장 간판이될 수도 있는 첫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이런식이라면 장사 진짜 잘못하고 있는거다. 되도않는 억지 세계관으로 어색한 프로모 찍어놓은거만 봐도 기대감 하나 안드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채널을 운영함에 있어 돈을 버는 방법은 본방비율 높이고, 채널 앞 번호 배정받고, 시청률 올리고 광고수주 많이 해야되는거다. 거기에 이슈되는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협찬까지 붙고 유료 VOD장사까지 잘 되면 금상첨화지.

그런데 이게 다 사양산업으로 접어드는 방송업계의 뻔한 루틴이라는게 문제다. 그 트리 타서 당장 종편이나 지상파를 잡는 상상을 하는건가?? 지금 지상파 종편 CJ 할거없이 적자에 허덕이는데, 그 문법을 가지고 지금 승부하겠다는건가? 당장 글로벌에서 뛰어난 컨텐츠들을 잘 번역해 편성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점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오리지널 제작으로 타 채널과 뚜렷한 차별성 없이 고비용 구조로 가는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행보다. 과연 그런 계획이 물오르는 광고시장이 아닌, 퇴색한 리니어 채널의 방송환경 문법 안에서 얼마나 디스커버리 코리아가 버틸 수 있을지도 참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갖고있었던 가장 강력한 컨텐츠 아이덴티티까지 포기하는 모양새로 밖에 보이지 않아 나는 그냥 슬플 따름이다. 내가 그냥 시청자라면 안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말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되는 채널이었기에 그만큼 더 실망감이 크다.

한가지 바라건데 기존 디스커버리 글로벌 컨텐츠를 보다 더 다양하게, 더 재미있는 기획형 편성 큐레이팅이라도, 그 본분을 잃지말고 다양하게 시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도시어부, 문제적남자 따위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틀지말고.

또 다른 바람을 덧붙이자면 제발 한국형 디스커버리 컨텐츠를 제작해달라는 부탁이다. 쓸데없이 개그맨, 셀럽들 출연시켜서 예능이나 만들며 물 흐리지 말고 진짜 디스커버리스럽게 만들어달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국에서 만든 컨텐츠를 해외 출장가서도 볼 수 있는 상상을 디스커버리 코리아가 실현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너무 간절하다.




그게 가장 디스커버리 스러운거고, 그게 가장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제발 증명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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